[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되돌아가서 지우자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되돌아가서 지우자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0.12.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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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아가는 일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위해 그냥 웃어보고 싶다
그러면 말처럼 정말 우연이라도
웃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오늘의 나는 50∼60km를 꾸준하게 달려서 이 시간에 급하게 도착했다.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지나간 것들에게 매달려 한번 돌아보기를 소망한다.

올해가 시작했던 1월에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살아있는 시간 동안 ‘나’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기억에도 없는 계획에 나를 끼우고 맞춰서 반성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갱년기라는 복병이 나와 늘 함께 했다. 표현할 수도 없고 원인도 짐작할 수 없는 짜증과 분노가 있었고, 그것에 대한 우울감이나 패배감 그리고 늘 따라오는 몸의 통증과 고통 등이 세트를 이루며 올 한해 나와 함께 했다. 몸이 힘들면 이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고 나는 운동화를 신고 대문을 나서는 버릇이 생겼다. ‘존재와 사유’라는 주제로 명상 수업을 받는 동안 걷기명상을 제안받고는 그날부터 나의 걷기는 시작되었다.

혹 건강을 위해서 걷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는 절실한 행동 중 하나였다. 나도 모르는 나의 분노를 타인과 공유할 수도 없었다. 이해를 바라거나 요구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나는 운동화를 갈아 신고 조금만 걸어가면 소나무 향 가득한 숲길이 나온다. 소나무의 큰 키와 덩치 때문에 하늘도 가려지고 세상도 일부는 숨겨진다. 조용히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소나무 가지들은 자리를 조금씩 내어 호수를 보여준다. 그러면 나는 어디쯤에 걸어가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소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것을 미리 알고 있다. 언제까지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이 나의 몸을 휘감을 때면 무작정 길을 나서서 한참을 걷다가 길이 없어지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다시 되돌아 그 길을 걷는다. 생각은 더 깊은 골을 이루고 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불편한 자리를 채워서 견딜 수 있으리라는 내 생각의 잘못은 이중의 고통에 직면한다. 되돌아서 오면 모든 것을 지워내고 편안해지고 싶었다.

사람 살아가는 일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나를 위해 그냥 웃어보고 싶다. 그러면 말처럼 정말 우연이라도 웃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힘을 다해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보고 다시 고민하자. 오늘도 지나간 어제도 나의 삶의 한 부분이듯 내일은 나의 갱년기가 끝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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