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칼럼] 능력도 없는 데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오규열 칼럼] 능력도 없는 데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 승인 2021.04.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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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혹세무민의 혹(惑)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여 어지럽힌다는 뜻이고, 무(誣)는 없는 사실을 가지고 속인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사람들을 속이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를 꾸짖을 때 자주 사용된다.

2020년 12월 20일 언론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대해 “두 회사에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백신 제약사들이 한국에 백신을 빨리 공급하겠다는 의미였다. 박 전 장관은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친여 성향 지지자들은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에 화이자와 모더나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자신들의 만든 백신의 성능을 홍보하기 위해 방역에 성공한 한국에 먼저 공급하려 한다는 것이다. 당시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한국 정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만평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1년 4월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임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홍 의장은 기 기획관이 과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모든 전문가가 다 맞을 수도 없고 어느 경우 일부 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과 관련하여 “사실 협상 계약 당사자 간 문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어서 정부가 공개를 못해서 그렇지, 공개된다면 그렇게 하면서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갑질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홍 의장은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 현재도 그렇다”며 “그 당시에 다국적 제약회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 기획관이 과거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재인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을 상대로 엄청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역으로 화이자와 모더나가 한국에 대한 백신 공급에 적극적이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무능하면 아직도 확보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2021년 4월 말 한국은 ‘백신 수급’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화이자, 모더나는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확보가 쉽지 않아 ‘11월 집단면역’이라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화이자 등이 무리한 조건을 건 계약을 요구했었다는 과거 입장과 반대되는 말이 여당 정책위의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계약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정부에 줄을 섰다는 말, 반대로 무리한 요구를 했었다는 말, 어떤 게 진실일까. 보건복지부 장관과 여당 정책위의장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어느 말이 진실이든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거나 거짓말에 능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는 확실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 여당의 말이 바뀐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 탓’으로 돌리려는 새로운 거짓말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누리꾼들은 “다른 나라들은 바보거나 자존심이 없어서 갑질에 굴복해서 계약했겠느냐”, “코로나 방역 홍보비 아껴서 웃돈 주고 백신을 사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화이자 요구가 국민 생명보다 중요한가”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거짓말을 하면서 국민들이 화이자와 모더나를 비난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공감하고 나서 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혹세무민을 당한 백성들을 무능과 거짓말을 꿰뚫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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