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그립다고 말하면 더 그리워진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그립다고 말하면 더 그리워진다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5.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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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만 하지 말고
만나러 가야 할 것 같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중
오늘이 가장 젊을 때이니 말이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비가 며칠째 굵은 빗방울로 내리더니 어둠이 짙은 이 밤에도 빗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을 채우고 내일까지 내릴 모양이다. 내리는 비는 그동안 심어두었던 농작물에는 은혜로운 것이다. 나뭇잎은 미세먼지나 노란 송화가루로 제 색을 내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내린 비 덕분에 더욱 영롱한 연두와 초록빛을 발하고 있다. 온통 천지가 초록이다. 간혹 흰 찔레꽃이 초록빛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도 하고 화려한 붉은 장미가 얼굴을 내밀고 있기도 하다. 길옆에는 노란색 금계국이 수북하다. 아름다움이 충만한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감사하고 고마운 것들이 많은 5월에는 살아있음에 또 아름다움의 시간을 더하고 있다. 그런 5월에는 말하면 더 참을 수 없는 그리움들이 있다. 그립다고 말하면 더욱 그리워져, 그래서 목구멍 밖으로 차마 말하지 못하고 안으로 더 깊숙이 숨겨지는 말이다. 간혹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말을 안 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나이를 더해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근원적인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제는 그렇게 그리워서 미칠 일도 없다. 나이만큼 마음은 무뎌지고 감정에도 군살이 배겨 그냥 또 인연들이 스치거나 지나간다. 그렇게 서러워서 울 일도 며칠만 지나고 나면 그럴 일이었나 싶기도 했던 적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는 무뎌진 채로 당당하게 살아가게 된다. 감정에 있어서는 말이다. 어른들 말씀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이 있듯이 감정이 활화산처럼 일어나는 젊음으로 있을 때, 노는 일도 세상을 보는 일도 자연을 감상하는 일도 많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놀고 세상을 느끼고 자연을 감탄하게 된다. 무딘 감정으로는 바라보는 이 5월의 화려한 세상도 눈이 희미해져 탄성을 자아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제는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만 하지 말고 만나러 가야 할 것 같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중 오늘이 가장 젊을 때이니 말이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내고 또 후회라는 것과 직면하는 일은 적어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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