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미혹(迷惑)의 바다에 빠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사람들
[정용우칼럼] 미혹(迷惑)의 바다에 빠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사람들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4.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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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오랜만에 보는 쾌청한 봄 날씨다. 기분마저 덩달아 맑고 깨끗해진다. 이불을 널어놓고 빛이 환한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빛이 밝으니 책읽기에 좋다. 바람이 약간 심한 편이라 빨래 건조대가 넘어질 듯하여 아예 무거운 돌 2개 갖다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책을 읽고 있는데 마당(잔디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바깥을 내다보았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급기야 격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싸움이 붙었다. 이 좋은 잔디밭을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간혹 잔디밭에서 오줌을 누거나 똥을 누어 영역표시를 하지만 요새는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 이 영역표시를 무시하고 드나들면서 소유권 다툼이 살벌해진 듯하다. 진짜 소유자 정용우는 여기 이렇게 거실에 앉아 독서하면서 망중한에 빠져 있는데 저들끼리 영역다툼이 벌어진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우스울 뿐이다. 실제 소유자는 여기 이렇게 건재하고 있는데 서로 내 것이라고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과다 소유 문제로 여야 공방이 심하다. 고위 공직자들도 이들 고양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물을 관장하는 조물주 하느님 입장에서 보면 이 보잘 것 없는 부동산을 놓고 서로 많이 가지려고 아웅다웅 다투다가 문제가 되었으니…. 진짜 이 부동산 소유자는 당신 하느님이요, 이 하느님은 여기 이대로 멀찍이 앉아 있는데 저들끼리 서로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난리다. 이 하느님께서는 내가 고양이들 다투는 모습을 보고 가소롭고 엉뚱하다고 생각하듯이 저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고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

이 나라는 자본주의 나라이니 돈을 벌고 쓰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니 부동산을 많이 가졌다 해서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맞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렇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그것만으로 모자라 더 높은 공직까지 욕심을 냈다는 데 있다. 그저 잘 불린 재산을 안고 유유자적 여생을 즐기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욕심이 지나쳤다. 재산도 마음껏 갖고 싶고 명예도 마음껏 누리고 싶었나 보다. 이 모두가 나날의 삶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탓이니. 좋은 집안에 태어났고 공부 잘해서 각종 시험에 합격한 후 출세 가도를 잘 달려왔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즉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자기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으니 자기 삶이 표준이고 남들은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자기가 지금껏 최고의 인생을 살아왔으니 성찰 따위는 아예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지(知止)면 불태(不殆)라 했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못했다. 결국 더 높은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제껏 쌓아 올린 명예마저도 속절없이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아마 미혹(迷惑)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나’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경계를 넘나들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언제든지 이 미혹의 상태에 빠져 한 번 뿐인 인생을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도(道)의 뿌리에까지 꿰뚫어 들어가지 못한 까닭에, 하느님 아버지와 만나서 하나로 되지 못한 까닭에 끝없는 미혹의 바다를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 우리 모두 중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그럼에도 미혹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요 희망이라면 끝까지 가서 닿지 못하더라도 가는 데까지 그쪽으로 가보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바울로 사도의 말씀이 이쯤에서 큰 위로가 된다. 당신도 거기까지 다 가지는 못했지만 그저 가는 데까지 달려갈 뿐이라고 하신 말씀. 그 말씀에 큰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된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동파(蘇東坡)의 시 한 수를 적어본다. ‘가로 보면 고개요 모로 보면 봉우리/멀고 가깝고 높고 낮은 것이 저마다 다르구나/여산의 참모습을 모름은/내가 그 산속에 있는 까닭이로다’ 이번에 고위 공직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 ‘산속에서’ 벗어나 ‘미혹에서’ 벗어나 밝고 훤한 세상에서 삶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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