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성칼럼]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뿌리
[권재성칼럼]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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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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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성 한국항공우주산업 차장
권재성 칼럼니스트

제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KAI 주가전망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한 분들이 ‘KAI 주식을 언제 사면되느냐’고 물을 때마다 ‘왜 굳이 KAI를 사려하느냐’고 되묻습니다. ‘아들에게 물려주어도 좋을 가장 안전한 주식이라고 하더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주식은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돈을 잘 버는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주곤 합니다.

2015년 8월에 106,500원을 찍은 이래 3년이 넘은 이 시점에 KAI 주가는 33,000원 내외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무려 70%가 빠졌습니다. 한푼 두푼 모아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산업체를 믿고 투자했던 서민들은 지금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촉발된 ‘방산비리 수사’는 방위산업을 뿌리째 파버렸습니다. 2014년 11월부터 1년 여 동안 18명의 검사, 6명의 군검찰, 헌병,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등 총 108명으로 구성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탈탈 털었지만 실적은 고작 20여 억 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해외 무기도입비리가 대부분이었고, 재판에서는 무죄로 대부분 풀려났습니다.

우리나라 군대에 필요한 무기체계부터 식량까지 거의 모든 것을 조달하는 방위사업청은 ‘자주국방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위력 개선, 방위산업육성 및 군수품 조달’을 위해 설립된 곳입니다. 이 방위사업청을 방산비리청으로, 온갖 비리의 주범으로 몰아간 탓에 이제는 방위감사청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옵니다. 방사청 총 인원 1,591명 중 내부 감사인력은 감사관실 48명, 방위사업감독관실 68명으로 116명이나 됩니다. 여기에 감사원 파견인력 약 50여 명, 검찰 파견인력 40여 명, 국방부 감사관실 파견인력 60여 명, 안보지원사 파견인력 28명, 국방부 조사본부 방위사업범죄수사대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외부 인력 187명도 상주와 파견을 오고가며 방사청 감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방사청 전체 인원 1591명의 약 20%인 303명이 감시, 감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사청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어떻게 하면 잘할 것인가 생각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감사를 안 받을 것인가에 힘을 쏟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감사받을 일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방위산업육성’이라는 방사청 설립목적은 화려한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은 1800t급 윤봉길함 인도지연으로 1200억 원, 현대로템은 K2전차의 파워팩 문제로 지체상금 1700여억원이 부과되었고, LIG넥스원은 전투무선체계 시제품 지체상금으로 666억5000만원이 부과되어 소송 중입니다. KAI는 올해 5월까지 납품된 수리온 헬기의 지체상금으로 1685억 5천만 원이 부과되었습니다. 계약금액의 10%가 지체상금입니다. 영업이익률은 3.8% 밖에 안 되는데 벌금이 10%라면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방위사업비리로 업체가 떼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피를 빨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방위산업을 하려 하겠습니까?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뿌리입니다. 강한 군대는 고도로 발달한 국방기술에서 나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산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립적인 국방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 첫발은 방위사업청 조직을 정상화(방위사업감독관실 폐지)하고, 감사・감시위주의 정책에서 산업육성과 수출지원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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