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미중 반도체 전쟁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미중 반도체 전쟁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21.04.1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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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품귀를 위한 글로벌 대책 화상회의에서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왔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나 태양전지를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소재에 해당된다. 규소를 녹여 만든 이 실리콘 웨이퍼는 지름이 크면 클수록 잘라낼 수 있는 집적회로의 개수를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지름은 22센티미터이지만 앞으로 45센티미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웨이퍼에서 쌀알 크기의 반도체가 쏟아진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바이든의 웨이퍼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지를 밝히는 역사적 심볼이자, 두 나라간 ‘반도체 전쟁’을 선전포고하는 증거물이 되었다.

바이든의 웨이퍼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 미국이 그동안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 배출되는 공해 배출과 인명 손상 방지, 생산성 향상,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이유로 동아시아권 국가 즉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에 70%가량 내주었던 생산기지 역할을 회수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미국 국내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전체의 30%이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 같은 생산체제의 확충과 기술유출 봉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또한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른바 반도체 대국굴기를 천명하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170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꺾기 위한 강력한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국을 포함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네덜란드의 NXP 등 4개국에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안보연합체인 ‘쿼드’ 결성에 이은 ‘경제 쿼드’ 결성이다. 세 번째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향후 벌어질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경쟁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일까?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열하게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견제를 하긴 했지만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없어서 기술유출을 제대로 막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태도는 트럼프 때와는 달리 훨씬 더 철저한 느낌이다. 보다 장기적인 전략 아래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기술유출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결국 글로벌 반도체 동맹의 강화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기술과 장비 지원을 통해 성장해 왔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제1의 업체인 대만의 TSMC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당연히 이들 기업에게 기술과 인력유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도 새우등 터지는 나라는 또 한국뿐일 것 같다. 대만이나 일본, 네덜란드는 당연히 미국편에 줄을 설 것이 분명하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전체 생산량의 30%를 중국에 팔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로봇과 AI, 가상현실 등의 첨단산업에 들어갈 고사양의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분명하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두 나라 어느 쪽에나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반도체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어 보인다. 이 점에서 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협력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자 기본이다.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이다. 중국은 지금 칼끝은 쥐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가 안보가 되는 시대에서 기술은 엄청난 무기가 되고 있다. 기술투자와 인력양성이 최선이다. 그런데 외교통상으로 도와주어야 할 정부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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